요즘도 햇과일이 처음 나오면 부모님께 먼저 보내는 집이 있습니다.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제철에 처음 난 것은 어른 몫으로 돌리는 감각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이 감각에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해 처음 거둔 곡식이나 과일을 조상께 먼저 올리던 일을 천신이라 불렀습니다. 새로 난 것을 천거한다는 뜻으로, 제사라기보다 먼저 알린다는 성격이 강한 예법이었습니다.

원래는 규모가 훨씬 컸습니다. 이 예법은 나라에서 종묘에 올리는 것, 집안에서 사당에 올리는 것, 무속에서 신령에게 올리는 것으로 나뉘어 각각의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같은 이름 아래 층이 여럿이었던 셈입니다.

집안의 경우 사당을 둔 집에서는 한식과 단오, 추석과 동지에 맞춰 한 해에 네 번 올렸고, 그때그때 새로 난 것을 계절에 맞춰 갖췄다고 합니다. 사당이 없는 여느 집에서는 추석 한 번에 몰아서 햇곡식과 햇과일에 떡과 술을 갖춰 올렸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추석 차례상의 원형이 여기에 있습니다. 추석이 유독 햇것 중심으로 차려지는 이유는 그날이 한 해 처음 거둔 것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오늘부터 쉰한 날이 남았고, 그 사이에 백중이 8월 27일 목요일로 들어 있습니다. 백중은 음력 칠월 보름으로, 조상을 위한 상을 차리는 자리이면서 여름 농사가 일단락되는 마디이기도 했습니다.

두 날이 이어져 있다는 점이 이 예법의 성격을 보여 줍니다. 여름 일이 끝나는 자리에서 한 번, 거둔 것이 나오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조상을 향하는 구조였습니다. 절기와 농사의 리듬에 예법이 얹혀 있었던 것입니다.

햇것이 나오면 먼저 올리던 자리 — 천신이라 부르던 예법 · 본문 중간

이 예법은 추석 하나로만 남지도 않았습니다. 음력 구월 구일에 지내던 차례를 두고 중구차례라 불렀는데, 추석까지 곡식이 여물지 않는 지역에서는 이때를 햇것 올리는 자리로 삼았다고 전해집니다. 벼가 익는 시기가 지역마다 달랐으니 알리는 날짜도 함께 옮겨 간 것입니다.

지금 남아 있는 흔적은 상차림보다 순서 쪽에 더 많습니다. 새로 산 것을 먼저 어른께 드리는 일, 첫 수확이나 첫 월급을 부모께 돌리는 일이 그렇습니다. 물건보다 순서를 지키는 감각이 오래 남은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부담으로 남기도 합니다. 형식이 사라진 자리에 기준만 남으면, 무엇을 얼마나 갖춰야 하는지를 두고 집안마다 다른 말이 오갑니다. 옛 기록에서도 갖춤새는 지역과 형편에 따라 달랐다고 전해지므로, 한 가지 방식만 맞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면 이 예법이 원래 무엇을 하려던 것이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낫습니다. 많이 차리는 일이 아니라 새로 난 것을 먼저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관습은 지키지 않으면 탈이 난다는 쪽으로 이야기되지 않았습니다. 사당을 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의 횟수가 애초에 달랐고, 무엇을 올릴지도 그해 무엇이 났느냐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형편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이 예법 안에 이미 들어 있었던 셈입니다.

앞으로 이 관습이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는 집집마다 다를 것입니다. 다만 햇과일 한 상자를 먼저 보내는 일이 이미 그 예법의 축소판이라는 점은 짚어 둘 만합니다.

햇것이 나오면 먼저 올리던 자리 — 천신이라 부르던 예법 · 본문 말미

이 기사는 전통 명리와 민간 신앙에 대한 해설이자 참고용 이야기입니다. 가족 사이의 일을 진단하거나 특정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보지 않으며, 미성년자의 성향·진로는 참고에 그치고 확정하지 않습니다.

가족 사이의 흐름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참고가 필요하다면 작두사주의 분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종 판단은 언제나 본인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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