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라 도시락을 펼치기 전에 밥을 조금 떼어 던지며 한마디 외치는 분들이 지금도 있습니다. 고수레라는 말입니다. 요즘은 습관처럼 남았지만 원래는 뜻이 분명한 절차였습니다.

고수레는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기 전, 또는 무당이 굿을 할 때 음식을 조금 떼어 주변에 놓거나 던지며 외치던 말입니다. 자연을 관장한다고 여긴 존재에게 먼저 예를 갖춘다는 뜻이 담겼고, 탈 없이 지나가기를 비는 마음과 풍년을 바라는 마음이 함께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래의 유래로 거슬러 올라가면 설명이 하나가 아닙니다. 널리 인용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숙종 때의 기록에 실린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불을 얻는 법과 농사짓고 거두는 법을 가르친 고시씨가 있었고 후대 사람들이 그 은혜를 잊지 않으려 밥을 먹을 때 그 이름을 불렀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갈래도 전해집니다. 곡식을 맡은 고씨에게 먼저 예를 차린다는 뜻에서 고씨례라 하던 것이 고수레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설명 모두 사람 이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두 갈래 다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 전해지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가릴 근거는 남아 있지 않고, 다만 이 말이 오래되었다는 사실만 분명합니다.

지금 남아 있는 흔적을 보면 이 말이 얼마나 넓게 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강원도와 경상남도에서는 고시레라 했고, 평안북도에서는 쒜라 불렀습니다. 제주도에서는 걸명, 강화도 지역에서는 퇴기시레라 했습니다.

들에서 던지던 한마디, 고수레 — 그 말은 어디서 왔을까 · 본문 중간

이름이 지역마다 달라졌다는 것은 각 지역에서 따로 오래 쓰였다는 뜻입니다. 한 곳에서 만들어져 퍼진 유행어라면 이렇게까지 갈라지기 어렵습니다. 확인되는 이름만 네 갈래가 넘고, 같은 동작에 붙은 말이 지역마다 다른 소리로 굳었습니다.

쓰임의 자리도 넓었습니다. 들일을 하다 새참을 먹을 때, 산에서 음식을 펼칠 때, 굿상 앞에서 음식을 나눌 때가 모두 그 자리였습니다. 공통점은 집 밖이라는 점이고, 사람의 살림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먼저 몫을 떼어 놓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관습을 액을 막는 절차로만 읽으면 절반만 보는 셈이 됩니다. 나머지 절반은 나눔의 형식입니다. 먹기 전에 한 술을 떼어 놓는 동작이 그 자리를 혼자 쓰지 않겠다는 표시로 작동했습니다.

다만 오늘날의 자리에서는 조심할 대목이 하나 늘었습니다. 국립공원이나 관리되는 등산로에서는 음식물을 흩뿌리는 행위가 야생동물과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제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을 잇더라도 방식은 그 자리의 규칙을 따르는 편이 좋겠습니다.

옛 절차를 오늘로 옮기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일이 지금의 고수레에 가깝습니다. 먼저 몫을 떼어 두던 마음이 향하던 곳도 결국 그 자리 자체였습니다.

앞으로 이 말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동작은 옅어져도 한마디는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들일과 산행이 다시 늘어나는 때가 곧 옵니다. 올해 처서는 8월 23일이고 그 무렵부터 볕이 누그러져 바깥에서 밥을 펴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 한마디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쓰면 습관으로 남은 말도 뜻을 되찾습니다.

들에서 던지던 한마디, 고수레 — 그 말은 어디서 왔을까 · 본문 말미

이 기사는 전통 명리와 민간 신앙에 대한 해설이자 참고용 이야기입니다. 특정한 사고·손해·분쟁이 일어난다고 예고하지 않으며, 건강·계약·법률에 관한 판단은 해당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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