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 있는 날의 신당만 이야기되지만, 굿이 없는 날의 신당도 하루를 씁니다. 오늘 같은 날이 그렇습니다. 처서를 하루 앞둔 아침이라 여름내 배어든 습기를 걷어 내야 하고, 볕이 아직 남아 있는 동안 끝내야 합니다. 손질하는 하루를 시각의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문을 여는 것입니다. 닫아 두었던 문을 양쪽으로 열어 바람이 방을 통과하도록 길을 냅니다. 여름 동안 문을 자주 닫아 두었던 방일수록 이 시간이 깁니다. 볕이 드는 각도가 낮아 방 안쪽까지 들어오는 시각이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각에 맞춰 순서가 짜입니다.
그다음이 옷입니다. 개어 두었던 것을 꺼내 한 벌씩 널기 시작하면 이 일이 왜 하루짜리인지 금방 드러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강신무의 무복이 각 제차마다 개별 신들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옷으로 되어 있어 보통 12종에서 20종에 이른다고 적습니다. 한 벌이 아니라 벌의 묶음입니다.
종류가 많다는 것은 관리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단으로 지은 옷이 대부분이라 습기에 약하고, 색이 진한 것은 볕에 오래 두면 상합니다. 그래서 널되 오래 두지 않고, 볕이 강한 자리보다 바람이 지나는 자리에 겁니다. 말리는 일과 상하지 않게 하는 일이 같은 시간 안에서 부딪힙니다.
낮이 되면 옷 아래로 다른 것들이 놓입니다. 굿에 쓰는 도구를 통틀어 무구라 부르는데, 같은 자료는 이것을 네 갈래로 나눠 정리합니다. 장구와 징과 제금 같은 악기, 신칼과 작두 같은 도검, 엽전과 산통 같은 점구, 그리고 방울과 지전과 부채와 오색기 같은 소도구입니다.
네 갈래는 손질하는 방법이 서로 다릅니다. 쇠붙이는 습기가 닿으면 녹이 오르고, 종이로 만든 것은 볕에 바래며, 천으로 만든 것은 눅눅해집니다. 한자리에 모아 두었던 것을 이 시간에 성질별로 갈라 놓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갈라 놓는 순서 자체가 도구를 아는 정도를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소도구 가운데 손에 가장 많이 닿는 것은 부채와 방울입니다. 같은 자료는 굿에서 무당이 부채를 오른손에, 방울을 왼손에 나눠 들고 부채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춤을 춘다고 설명합니다. 양손이 각각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손질할 때도 두 가지가 늘 한 짝으로 다뤄집니다.
신칼은 성격이 또 다릅니다. 대신칼이라고도 하며, 잡귀를 물리칠 때 무당이 손에 들고 휘저으며 축원하는 도구라고 정리되어 있습니다. 쓰임이 분명한 만큼 관리도 분명해서, 날 부분에 습기가 남지 않게 마지막에 따로 닦아 둡니다. 오후 볕이 가장 오래 드는 자리를 이쪽에 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녁이 되면 순서가 거꾸로 돕니다. 볕이 기울기 시작하면 걷는 일이 시작되는데, 널었던 차례와 반대로 걷습니다. 늦게 넌 것을 먼저 걷고 일찍 넌 것이 마지막에 들어옵니다. 해가 짧아지기 시작한 시기라 이 구간이 여름보다 이릅니다. 오늘 걷지 못한 것은 다음 볕까지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밤에는 제자리로 돌립니다. 갈라 두었던 네 갈래를 다시 모으고, 옷은 개어 넣습니다. 이때가 부족한 것이 드러나는 시각이기도 합니다. 상한 것과 바랜 것이 이 순서에서 걸러지고, 다음에 채워야 할 것이 정해집니다. 하루의 마지막 일이 목록을 만드는 일인 셈입니다.
이 하루에는 의뢰인이 없습니다. 그런데 비용 이야기는 대개 이런 준비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나옵니다. 굿에 드는 비용은 규모와 지역, 준비하는 물목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고정된 시세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항목별로 무엇이 포함되는지 먼저 확인하고, 확인되지 않은 고액 요구는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내일이 처서입니다. 24절기 가운데 14번째로 더위가 그친다고 보는 자리이고, 이 무렵 눅눅해진 것을 볕에 말리는 일은 신당만의 습관도 아니었습니다. 여름이 남긴 것을 걷어 내고 가을 것을 꺼내는 순서는 여염집 살림에도 같은 시기에 있었습니다. 오늘 이 방에서 한 일도 그 순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기사는 전통 명리와 민간 신앙에 대한 해설이자 참고용 이야기입니다. 특정 신당이나 개인을 가리키지 않으며, 굿과 의뢰 비용은 지역과 규모에 따라 크게 다르므로 확인되지 않은 고액 요구는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무속 현장과 의례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참고가 필요하다면 작두사주의 분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종 판단은 언제나 본인의 몫입니다.
기사 작성: 작두뉴스 편집팀
사실 오류·정정 요청: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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